음주 운전 사고를 가중 처벌하는 일명 '윤창호법' 시행됐지만, 음주 운전자들이 받는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16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서는 윤창호 법 이후 발생한 한 음주 운전 사고를 다뤘다.
이 사고로 한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한다. 음주 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가해자가 받은 처벌은 고작 6년 6개월 징역형에 그쳤다.
당시 가해자는 음주 운전 사고 후 차를 멈추지 않고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1km 넘게 주행하다 가해자는 약 15분 후 비틀대며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고, 그제야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3%, 면허 취소 수준인 만취상태였다. 가해자는 음주·졸음운전을 했고, 사고 당시 가해자 차량의 속도는 189km/h였다.
1심에서 뺑소니 혐의까지 인정됐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고작 7년 형이다. 가해자는 사고 후 도망갈 의도가 없고, 차가 고장 났다는 이유를 들며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뺑소니 혐의를 확정 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6개월이 감형돼 6년 6개월 형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평생 돌봐야 하는 피해자 아들은 "수술 대기하면서 아버지 찾아뵀을 때 아버지가 '엄마는 어디 있냐고,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시는데 저희가 차마 그때는 말씀을 못 드렸다"며 "어머니 장례 치르고 마지막 날에 저희가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아들은 경찰은 단순 '음주 운전 사고'로 치부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의 진술만 듣고 종결될 뻔한 수사였다는 것. 아들이 음주 운전 사고에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고 경찰 측에 요구했지만, 경찰은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일주일 넘게 답변을 미뤘다고.
경찰의 답변을 기다리던 아들은 결국 폐차장에서 사고 차량을 뒤져 직접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했다. 아들이 경찰에 사고현장 CCTV 영상을 몇 번이나 요청하고 나서야, 경찰 측은 아들에게 뺑소니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아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뺑소니 혐의를 벗고 싶어서 계속 말을 바꾸며 사고 현장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였다.
아들은 "사람 된 도리가 있으면 일단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해자는 첫 조사부터 변호사를 대동해서 왔고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며 사과보다 본인 변명에 급급했던 가해자의 태도에 분노했다.
심지어 가해자 부모들은 피해자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아들은 "가해자 부모가 오히려 저한테 '자기 아들이 너무 힘들어한다'며 "(가해자 부모가) '왜 뺑소니가 아닌데 뺑소니라고 말하고 다니느냐'며 오히려 저한테 따졌다"고 전했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